蓮花식당
-정선희
예하리를 찾는 사람들은
보신탕을 먹고 이빨을 쑤시며
연꽃을 보러 간다
예하리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蓮花식당
사람들은 개고기와 연꽃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연화식당을 찾고 개다리를 뜯는다
낮술을 마시고
얼굴이 벌건 사내 하나
개고기를 씹으며
침과 개고기를 튀기며
목소리를 높인다
예하리 연꽃이 왜 유난히 붉은 줄 아시오
예하리 보신탕이 왜 맛있는지 아시오
연꽃들이 개고기를 삶는 밤에는
코를 벌름거리며 아주 환장을 한다오
개고기 냄새를 맡고
개처럼 짖는 연꽃들
그 컹컹 짖는 소리 안 들어 본 놈은 모른다오
예하리 연꽃이 왜 저리 붉은지
그 소리들 왜 그리 깊은지
-정선희 시집 [푸른 빛이 걸어왔다]에서 가져옴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80대와 90년대에 진주시내에서 22번, 23번 버스를 타면 종점이 예하리였다. 학생들에게 예하리는 마을 이름이었지만 연꽃이 핀 연못을 이르는 대명사이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일학년 기말고사가 끝날 즈음 선배들에게서 예하리와 개고기, 연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기는 복날과 맞물려 있기도 했다.
처음 예하리와 연꽃이 많이 피는 연못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래된 사찰이야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선배들은 대뜸 개고기를 먹으러 예하리에 가자했다. 개고기는 예하리가 최고라면서 막걸리도 한 사발하고 연꽃도 보러가자 했다. 나와 동기들은 얼떨결에 선배들에게 이끌려 그렇게 예하리와 연꽃밭에서 초저녁부터 막걸리를 마셨다.
정선희 시인의 시<蓮花식당>에 나오는 그 식당은 보신탕집으로 치면 최고의 맛집이었다. 연꽃과 개고기,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이 개고기 삶는 연화식당이란 지점에 이르면 참 잘 어울린다. “연꽃들이 개고기를 삶는 밤에는” 개고기 삶는 솥이 걸린 아궁이에서 피어난 연기인지 수증기인지 모를 하얀 운무가 은밀하게 예하리를 뒤덮었고 새벽까지 걷히지 않았었다. 그러면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개처럼 짖는 연꽃들”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연화식당 가까운 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시작되고 연꽃으로 덮인 연못이 온통 개 짖는 소리로 덮일 때쯤 연꽃은 붉거나 뜨거워져 있었다. 시인은 이 지점에서 불성이 머무는 곳이 속세와 다르지 않음을 보았나 보다. 梵我一如라 하지 않았던가. 불성이 머무르지 않는 곳이 어디 있으랴./안인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