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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억 적자 거제케이블카 살리려고 140억 혈세 퍼붓나?
21억 적자 거제케이블카 살리려고 140억 혈세 퍼붓나?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24.10.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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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노자산정상에 450m 전국 최장 출렁다리 추진 논란

거제시는 2016년 동백섬으로 유명한 지심도에 111m에 달하는 국내 최고 높이의 태극기게양대 설치를 추진했다. 석산개발업자 출신의 시장이 태극기를 이용한 관광개발이 목적이었으나 전시행정에 혈세낭비 지적을 받고 흐지부지됐다.

450m 노자산 출렁다리 계획 조감도

 

24년에는 건설업자 출신의 거제시장이 단단히 사고를 칠 모양이다. 거제시 스스로 ‘신선이 된 산’이라는 노자산의 정상에 대형 쇠말뚝을 박고 국내 최장 규모인 450m 짜리 출렁다리를 개발한단다.

시는 10월 21일 열리는 제249회 거제시의회 임시회에 ‘노자산 선셋브릿지 조성 사업’을 위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안은 23일 행정복지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11월 1일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지는 동부면 구천리 산103번지 일원으로, 거제케이블카 상부정류장에서 노자산 정상(565m)까지 길이 450m, 폭 2m 규모로 주탑이 있는 현수교 형태 출렁다리와 편의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유지 3필지 7만8545㎡ 가운데 1만472㎡를 매입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140억3600만원으로, 모두 경남도와 거제시가 세금으로 부담한다.

사업목적은 자연생태환경 및 특색을 활용한 전국 산악 보도교 중 최장 규모의 경쟁력 있는 랜드마크 조성으로 관광객 유입 및 관광부가가치 증대, 기존 관광자원 활용과 연계를 통한 체류시간 증대, 재방문율을 높여 체류형 관광기반 구축으로 남해안 관광 활성화를 선도한다는 것.

시의회에서 공유재산 취득 의결을 받으면 11월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하고, 내년 2월 실시설계를 거쳐 2027년 12월 개장한다는 목표다.

시는 경남도 관광자원 개발사업에 선정돼 내년도 실시설계비 약 6억원의 반영을 기대하고 있다.

수려한 노자산 경관훼손과 생태계파괴, 혈세낭비와 특혜설이 나온다.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시민들 모르게 행정 일방으로 추진하는 것도 문제다.

동부면 한 주민은 “노자산 꼭대기에 450m 길이로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한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아파트 만한 케이블카 상부정류장만 바라봐도 답답하고 흉물스러운데, 산 꼭대기에 거대한 말뚝을 박아 산의 정기를 없애고 경관을 크게 헤칠 것”이라며 걱정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주민설명회는 열지 않았고, 실시설계가 나오면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설명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주권시대에 충분한 시민여론 수렴도 없이 행정이 모든 것을 결정해 놓고 ‘따라오라’고 하는 전형적인 시민 무시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거제시는 인근 통영 케이블카를 따라한다며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지분을 넣어 노자산에 케이블카를 추진하다 지분을 민간사업자에게 모두 팔았다. 총예산은 756억원이 들었다. 이후 몇차례 주인이 바뀐 채 22년 3월 개장했다. 개장 2년만인 24년 1월 누적 관광객 100만명을 넘었다. 그런데 반짝 개장 효과는 2년만에 끝났다. 2023년 거제케이블카는 21억원의 적자가 났다. 올해도 적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케이블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데다 차별성이 없다보니 적자는 예견돼 왔다.

세금으로 설치하려는 ‘노자산 출렁다리’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거제케이블카를 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거제시는 세금 10억원을 들여 상부정류장에서 정상까지 길이 600m에 산책로와 데크를 놓아준 바 있다.

거제케이블카는 민자사업으로 80~66억원 들여 상부정류장에서 마늘 바위까지 잔도, 삭도, 출렁다리를 23년 개장한다며 변죽만 울리다 표류하고 있다.

거제케이블카(주)는 올 1월에도 상부정류장 인근 ‘마늘바위’를 휘감아 도는 폭 1.2m, 길이 350m의 나선형 잔도길 및 전망탑 (가칭 ‘에메랄드 워크’)을 설치하고, 인근 난대활엽수림이 보전된 능선부의 주변 식생 생태와 어우러진 이색적인 숲길을 조성하여 케이블카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 확충 사업을 계획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적자상황에서 민자사업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세금으로 대신 출렁다리를 놓아 케이블카에 혜택을 주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제케이블카의 마늘바위 삭도계획

 

시 관계자는 “일부 그런 주장이 있지만 케이블카에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고 체류형 관광객 증가와 관광 소비 확대로 거제시민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케이블카 사업자가 민자로 추진하려는 삭도와 출렁다리, 전망대, 어린이 놀이시설 등과 병행 추진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기대했다.

출렁다리가 케이블카도 살리고 거제관광도 살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본적 회의도 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국의 출렁다리는 238개다. 시는 산악 출렁다리 최장, 랜드마크로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최고, 최장이라는 관광객유입효과는 과연 몇 년을 갈까? 케이블카 따라하기, 모노레일 따라하기 처럼 출렁다리 따라하기 하다 혈세만 낭비하고 흉물로 처치곤란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관광시설물, 토목 건설, 하드웨어 중심의 관광정책은 한정된 국내 관광수요를 나눠먹기로 결국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희소성과 차별성 없는 출렁다리 건설은 또 다른 토목사업, 삽질일 뿐이다.

공급과잉 상황에서 뒤차 타기, 레드오션에 140억원이라는 혈세를 투자해야 하는가? 만약 잘못될 경우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자기 돈으로 생각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꼭 산은 기계와 기술을 이용해 정상에 가야 하고 정복해야 하는가, 걸어가면 안되는가 둘레길을 걸으면 안되는가? ‘산은 높이가 아니라 태도’라는 말도 있다. 끝없이 계속되는 케이블카, 모노레일, 출렁다리, 골프장 등등 개발문제는 산을 바라보는 태도와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산과 숲을 경외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그대로 남겨두면 안되는가?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 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해 더욱 가치있는 일이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국립공원은 국내 기록 생물종의 40.9%, 국내 멸종위기종의 68%가 서식한다. 노자산 케이블카와 출렁다리 자리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맞닿은 곳이다. 노자산에는 멸종위기종 등 5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사는 거제도의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보물이다. 하필 개발하려는 산은 '신선이 된 산' 무위자연의 그 노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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