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 분야에 3년간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한화오션이 난청 예방용 귀마개 공급은 줄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선하청지회는 24일 낸 보도자료에서 한화오션은 하청업체에 개당 190원 정도인 안전보호구 귀마개를 한달에 4개에서 2개로 줄였다며 한화오션이 이율배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독감예방접종을 하면서 정규직노동자는 무료인 반면 하청노동자는 접종 비용의 50%인 12,000원을 개인이 부담하도록 한 것은 차별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다음은 조선하청노조의 보도자료 전문이다.
한화오션의 이율배반,
안전에 2조원 투자한다면서 안전보호구 지급은 줄여
2024년 한화오션에서 잇따른 중대재해가 발생해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자 한화오션은 지난 9월 18일 ‘안전 분야에 3년 동안 2조 원을 투자하겠다’라는 계획을 발표하며 언론에 적극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그 계획에 한화오션은 이미 올해 초에 발표한 설비/장비 교체 7천억 원을 재탕으로 끼워넣었습니다. 또한, ‘스마트 안전 시스템’, ‘선진 안전문화 구축’, ‘안전 아카데미 설립’ 같은 대책은 중대재해의 원인을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고, 노동자를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 주체가 아니라 규율과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한화오션에서는 최근 들어 정규직, 하청 할 것 없이 원청 ‘생산본부장 지침’으로 아침 조회뿐 아니라 점심 중회, 저녁 종례를 실시하는 등 노동자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제보에 의하면 한화오션에서 하청업체에 한달에 4개 지급하던 귀마개를 2개 지급으로 축소했다고 합니다. 안전에 2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기업에서 정작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안전보호구는 줄이겠다니,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온라인 검색을 하니 한화오션이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3M 주황색 귀마개의 가격은 하나에 190원 정도 입니다. 한화오션은 대량구매 할테니 실제 구입가격은 훨씬 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귀마개 1개에 어림잡아 150원이라고 하고 현재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를 2만 명으로 계산할 때, 귀마개 지급 수량을 줄여봤자 한달에 6백만 원이 절감될 뿐입니다. 안전한 조선소를 만들기 위해 2조 원을 투자하겠다면서, 한달에 6백만 원 아까워서 귀마개 지급 수량을 줄이겠다니, 도대체 무엇이 한화오션의 진심입니까.
소음성 난청에 매우 많이 노출되어 있는 조선소 노동자에게 귀마개는 필수적인 안전보호구입니다. 사실, 귀마개를 한달에 4개 지급하는 것도 턱없이 부족한 수량입니다. 한달에 4개면 일주일에 1개씩 쓰라는 건데, 본래는 ‘일회용’인 귀마개를 1주일씩 사용하면 귀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마저 2개로 줄이면 귀마개 1개를 2주 동안 사용하라는 얘기가 됩니다. 아니면, 노동자가 알아서 돈 주고 사서 쓰라는 얘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한화오션이 노동자의 건강보다는 비용 절감을 우선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의 건강도 한화오션 안전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화오션은 귀마개 지급 수량을 줄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려서 노동자가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안전보호구도 비용 절감을 위해 지급 수량을 줄여서는 안 됩니다.
독감예방접종도 정규직과 하청 차별 – 안전마저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겨울철이 다가오며 한화오션에서 노동자 독감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규직노동자는 접종 비용이 무료인 반면 하청노동자는 접종 비용의 50%인 12,000원을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하청노동자는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 복지도 절반인데, 건강권마저 정규직의 절반으로 차별받고 있는 것입니다.
한화오션이 정규직은 무료 접종을 하면서 하청은 비용의 50%를 개인에게 부담하게 하는 이유가 비용 때문일까요? 한화오션 전체 하청노동자 2만명 모두가 독감예방접종을 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추가 비용은 2억4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모든 노동자가 접종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테니 무료접종을 위해 필요한 추가 비용은 2억 원 정도일 겁니다.
물론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화오션이 안전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2조 원을 생각하면 그것의 단 0.1%에 불과합니다. 한화오션은 안전한 조선소를 만들기 위해 투자할 비용의 0.1%를 한화오션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독감예방접종이 무료일 때보다 12,000원을 내야할 때 하청노동자의 접종률은 훨씬 낮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 건강에 그리고 결과적으로 한화오션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질 것입니다. 즉, 하청노동자의 건강도 한화오션 안전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면 2억 원은 결코 아깝지 않은, 아니 당연히 지불해야할 안전비용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질문해 봅니다. 왜 한화오션은 독감예방접종에 있어서도 하청노동자를 차별할까요. 정규직은 무료로 접종하는 독감예방주사를 12,000원을 내고 맞으면서 하청노동자는 하청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일상적인 차별을 받아들일 때, 하청노동자는 임금과 고용에서받는 더 큰 차별에 대해서도 순응하게 될 것입니다.
임금과 고용과 복지에서의 차별도 문제이지만, 적어도 안전만은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도 정규직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독감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해야 합니다.